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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꿈

노자규의 골목이야기

K-시니어라이프 | 기사입력 2024/12/06 [08:43]

엄마의 꿈

노자규의 골목이야기

K-시니어라이프 | 입력 : 2024/12/06 [08:43]

 


엄마의 꿈


'엄마! 학교 다녀왔습니다

인사를 건넨 아들과
맛있는 저녁을 먹은 뒤
마주 앉은 책상 위 연필통에는
못 보던 연필 한 자루가
들어있었습니다

늘 곁에 두고 싶은 아들과
저녁마다 새로운 이야기로
하루를 마감하고픈 엄마는

'민석아! 이거 못 보던 연필인데..?.

"어! 그거 짝꿍 영구가 집에 많다고
나 쓰라고 줬어.

얼버무리듯
대답을 밸어놓은 아들은
얼마 지나지 않은 날에도
그와 비슷한 연필들로
필통을
자꾸만 채워가고 있었습니다

며칠 지나지 않은 어느 날,

해가 지나간 자리에
걸어 나온 달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여기가 민석이네 집인가요?'

'네.... 누구 신지..

가난한 집 창문처럼 서 있는
아이의 손을 잡고 들어선 여자는
다름 아닌 민석이 짝꿍인
영구 어머니였습니다

아이들을 거실에둔 채
안방에서
이야기를 듣고 나온 엄마는
어두운 저녁처럼
배웅을 한 뒤

시간이 멈춰버린 듯
한참을 방에서 머물고 있더니
꽃이 피는 계절에
눈이 내리는 듯한
차가운 표정을 달고
거실로 걸어 나오는
손에는 가느다란
회초리가 들려져 있었습니다

배고픈 공중전화처럼
울먹거리며 서 있는
민석이에게

"엄마한테 지금 하고 싶은 말이 없니?

'민석이.. 넌 이루고 싶은 꿈이 뭐야? "

저는 커서
경찰관이 되고 싶어요

엄마의 꿈이 뭔지 아니?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눈동자로
엄마만 쳐다보고 있는
민석이를 보며

조용하고 차분한 어투로

'네 꿈이 이루어지는 게
엄마의 꿈이란다...

그말에
눈이 내리는 날에
마치 꽃이 피듯
민석이는 엄마 품에 와락 안기며

"엄마, 제가 잘못했어요.
영구가 가지고 있는 연필이
그만 탐이 나서..
다신안 그럴게요"

하늘을 찢고 나온 비처럼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습니다

슬픔의 섬에 부딪힌 배처럼
울고 있는
민석이의 등을 토닥거리며

'엄마는
그래도 널 사랑한단다 라고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웃음과 눈물을 함께하는
가족이기에
힘든 일이 생겨도
사소한 하루가 지나간 듯
어루만져 줄 수 있었던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

하늘과 구름과 꽃이
어울려 놀고 있는
길을 따라
학교에 온 민석이는

비 오는 날 버려진 비닐우산처럼
앉아있는 영구에게

"미안해, 영구야"

"아냐, 내가 더 미안해

슬픔을 어루만지듯

"이젠 다시는 안 그럴게

두 아이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선생님은
수업을 다 마칠 때까지
열심히 책만 읽고 있던
민석이를 보며

"민석이?
어제 엄마한테 많이 혼났구나

회초리로 종아릴 맞았니? "

"아뇨.. 안 맞았어요

그럼 엄마가 속상해하시는 걸 보고 미안해서 책을 읽고 있는거구나'

고개를 숙인 채 책을 읽고 있던
민석이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아뇨.
저는 엄마의 꿈을
이뤄드리기 위해서
일 뿐이에요'


펴냄 / 노자규의 골목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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