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행복
노자규의 골목이야기
K-시니어라이프 | 입력 : 2024/11/28 [09:40]
진짜 행복
해묵은 달을 걸어놓고 답이 없는 답을 찾다 밤새 헤매돌다 지쳐버린 새벽이 들어선 자리를 더듬어 나가버린 남편을 보며
남겨질 이들을 위해 집안을 정리한 뒤 준비한 이혼서류를 침대 중앙에 놓아두고는
재작년 아버님이 세상을 떠난 자리를 홀로 지키며 같이 사시자 해도 남편의 흔적이 남아있는
이곳에서 마지막까지 사시겠다는 시어머니에게 마지막이 될 찬거리를 봐 드린 뒤 친정으로 가기 위해 차 트렁크에 짐을 심고는 시장을 보러 나가고 있었다
이미 와 누워 있는 어둠이 비스듬히 펼쳐진 시장통에서 선글라스를 낀채 팔짱을 끼고 떨어질 줄 모르는 두 남녀의 모습을 보며
"연예를 하려면 공원에서나 가서 하지 웬 시장통에서 추태람"
서로 비닐봉지를 들겠다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다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 비가 주는 슬픔이 싫어 서둘러 주차장으로 뛰어가
시장입구를 지나칠 때 쯤 승강장에서 오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는 두 사람을 보며 난 차를 세우고 있었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남편이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머, 죄송해요 전.."
"많이 오해들 하세요. 이 젠 익숙해졌답니다"
장애인들이 밖에 나오는 게 민폐라는 시선 속에 형벌이 된다고 생각한 남편이
"당신이 죽어서 저 세상에 오면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여기있어 왔다고 말해 달라는"
유서를 남겨 놓고는 자살하려고 한적도 있었다며 남편의 손을 꼭 쥐어 보이는 여자는
왜 장애인과 결혼한 비장애인을
'착한' 사람" 이라는 말로 포장하려 하는지에 대한 시선이 처음엔 무척 힘들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착한 사람이어서 함께 사는 게 아니라 좋아서 함께 사는 걸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여자는
우리는 살면서 힘들어지는 곳이 삶의 끄트머리라고 생각하지만
그때가 다시 시작되는 곳이라며
행복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을 끝으로 비가 거리로 걸어나가고 있었다
세상은 편견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것을 이겨내는 방법들도 가득 차 있다는 부부를 보며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진짜 행복은 많이 가져서가 아니라 가진 것을 대하는 나의 태도의 문제란 걸 알아가면서 나는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여보. 회사 끝나면 어머니 집으로 와요 함께 저녁 먹게...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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