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빌려 쓰는 인생인데....
노자규의 골목이야기
K-시니어라이프 | 입력 : 2024/11/21 [09:10]
어차피 빌려 쓰는 인생인데....
난 오늘도 술잔 앞에 않았다.
거리에 떠도는 지친 바람을 앉혀놓고 아니 불러도 이미 찾아온 어둠과 함께 난 술잔을 바라보고 있다
견뎌내기에 벅찬 하루가 또 나를 술잔 앞에 앉혀 놓았나 보다
주고받지 못한 언어들로 앉아만 있던 바람이 어느새 데려다 놓은 별 하나가 내 가난한 술잔에 들어와 있으니
부르지 않아도 밤을 노래하는 친구들이 있어 난 오늘도 혼자서 술을 마신다
내 지난 발자국 무너진 자리를 애써 밝히려 머리 위에 백열등이 그네를 타면 술잔에 어리는 날 닮은 그림자가 만들어준 고독이 싫어
눈물 한 모금 달빛 한 조각을 안주삼아 술잔을 비워간다
목마른 술 한 잔에 허전한 빈 가슴 다 보여주는 이 눈물이 때론 나에게 위로가 된다
어차피 빌려 쓰는 인생인데 하루를 헤기에도 지쳐버린 헐떡임 인들 뭔 대수랴 가슴에 안기는 달빛이 있는데
오늘도 굴러떨어진 내 눈물로 술잔에 채운 슬픔보다 세월을 지키며 서 있는
내 빈 어깨 위에 쌓이는 슬픔이 더 슬프지만
나는 안다 별을 보려면 어둠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펴냄 / 노자규의 골목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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