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이용권
노자규의 골목이야기
K-시니어라이프 | 입력 : 2024/11/19 [12:58]
붕어빵 무료 이용권
봄비가 지나간 자리에 찾아온 투명한 햇살을 퍼담으며 사람들마다 가슴속을 따뜻하게 데워가고 있는 오후
나는 앉은뱅이 햇살 한 줌을 가슴주머니에 넣고는 새로 산 휴대전화기를 만지작 거리다
나를 보고 반갑다며 달려오는 지하철에 앉아 아내가 그려놓는 행복이 있는 집으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나를 보며
"자기. 왜 핸드폰 안 받아?"
"아... 내 핸드폰
지하철을 기다리며 앉아있던 그 간이의자에 두고 온 걸 알게 된 나는 바람이 되어 그곳으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아내랑 함께.
어디서 달려온 아침처럼 헐레벌떡 뛰어갔을 땐 낯선 할머니한 분이 그 자리를 지키며 앉아있었고
숨이 넘어갈 듯 뛰어오는 우리 부부를 낮에 뜬 달을 바라보듯 찬찬히 들여다 보던 할머니는
"이걸 찾는다고 그렇게 뛰어 온거유?"
감사하다는 대답조차 하지 못할 만큼 숨 가빠하는 우릴 보고
"귀하 것 같아 두고 갈 수도 없고 분명 주인이 올 것 같아서 여기서 기다렸지 뭐유
"할머니 정말 감사합니다"
할머니는 나 때문에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 행복해 하시며 사례를 한다고 내민 오만원을 한사코 거절하시는 모습에
할머니. 저희때문에 댁에도 못 가시고 죄송해서 그러는데요 저희가 댁까지 모셔다 드릴게요
거절밖에 할 줄 모르는 할머니는 아내의 제안에 염치없다며 버티시다 손에 이끌려 차에 올라서는
살고 계시는 주소를 또박 또박 말씀하고 계셨고 네비게이션은 우리를 할머니가 사시는 집으로 안내해주고 있었습니다
바람으로 시간을 닦아내며 가로등 불빛을 따라 달려온 차 안에서 할머니 집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음성이 흘러나오고 있을 때
"젊은.양반. 저기 저 붕어빵 가게 앞에 좀 세워주구려'
붕어빵을 한 아름 사와서는 우리 부부에게도 하나씩 나눠주시는 할머니에게
붕어빵을 좋아하시나 봐요 ?"
"나도 좋아하지만 우리 영감이 더 좋아해서.
오가며 사다 드리고 있다며 행복한 마음한칸을 숨겨놓은 자리에 붕어빵이 식을까 꼬옥 품고 계셨습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지나는 달빛을 따라 도착한 집.앞에는 노쇠해진 어깨 위에 떠 있는 달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할머니 오기만을 기다리고 서 계시던 할아버지 앞으로. 차는 멈춰 서고 있었습니다
좀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전해들은 할아버지는
"우리 할멈을 태워줘서 고맙슈' 라고 배꼽 인사를 하고는
두손을 꼭 잡고서 마음으로 그린 사랑이 있는 보금자리로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우리 부부도 저렇게 예쁘게 늙어가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함께하는 행복이 있는 집으로 되돌아 달리는 차 안에서 아내는 배가 고파 그러는지 좀전에 할머니가 들리신 붕어빵 가게 앞에 차를 세워 달라고 하더니
혼자 먹고 온 건지 따라오는 달님을 보며 비밀이 생겼다는 듯 나눠줄 때 올라가는 사랑의 온도계처럼 싱긋이 윙크를 하는걸 보며
"붕어빵 가게엔 왜 갔어?"
"비밀이야"
달님은 알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할머니를위해
붕어빵 무료 이용권을 구매했다는 걸요"
펴냄/노자규의 골목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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