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시계
노자규의 골목이야기
K-시니어라이프 | 입력 : 2024/09/26 [08:40]
엄마의 시계
여자로 태어나 아이를 낳는 순간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그 고운 모습 어딜 가고 골진 주름위 흰 서리 얹고 해거름에 굽은 등 보이며 걸어가는 뒷모습에 야속하게 흘러버린 그 세월이 무정해 뒤돌아서 소리 없이 눈물이 고일 때가 지금도 아련히 묻어옵니다
가끔은 골목길을 돌아 오실 것만 같은
내 어머니
어머니의 선한 눈빛으로 사랑을 배웠고 부드러운 손길로 세상 살아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어머니로 산다는건 근심 걱정이 있어도 내색 한번 못하고 다주고 다 버리고 빈 가슴까지 내어주면서 자식이
놓치고 간 것들을 뒤에서 거두고 추슬러 주어가는 땔감같은 일상
그건 희생이 아니라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이었을 겁니다
오늘도 내 마음의 모정의 등불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내 맘속에 동경하는 최초의 집 그건 엄마의 품속이니까요
내 삶의 시작이었는데 이제는 그리움으로만 남은 어머니
난로보다 이불보다 햇살보다 따사로왔던 어머니의 마음을 살면서 한 걸음씩 알아가나 봅니다
우리가 보낸 마음은 동그라미 같은 인생 속에 이리 흐르고 저리 흐르다 마음에 주인에게 그대로 되돌아오 듯 자식따라 도는 엄마의 시계는 영원히 멈추지 않을겁니다
펴냄 / 노자규의 골목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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