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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배추 모종과 빙상 위의 북극곰

“아이고, 미안해요. 한 번도 오지 못했어요.”

K-시니어라이프 | 기사입력 2024/09/22 [20:21]

<포토에세이> 배추 모종과 빙상 위의 북극곰

“아이고, 미안해요. 한 번도 오지 못했어요.”

K-시니어라이프 | 입력 : 2024/09/22 [20:21]

:아이고, 미안해요. 한 번도 오지 못했어요.”

/박성규

 

▲     ©

 

★★★

25일 전쯤,

시골집에서 머물렀었다,

입추가 지나고 처서 절기 끝 무렵이었다.

그때 배추 모종을 심었었다.

쪽파를 심고 무씨도 뿌렸었다.

/

이번에는

919일부터 34일 일정으로 시골집에서 보냈다.

배추 모종이 제대로 컸을까?

도착하자마자 텃밭부터 살펴보았다.

배추 모종이 대부분이 죽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몇 개 살아 있는 것은 해충에게 거의 다 갉아 먹혔다.

허망했다. 답답했다. 아쉬웠다.

작년까지만 해도 잘 자랐었는데…….

뭐가 잘못된 것일까?

다행히도 무는 씩씩한 모습었다.

쪽파도 가냘픈 잎이 싱싱했다.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

미안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시골집,

배추 모종은 간난신고 끝에 하나둘 죽어갔을 것이다.

지인의 손길이 없지는 않았다.

며칠에 한 번씩 물을 주었다고 했다.

죽은 것을 뽑아내고 배추 모종을 새로 심기도 했다고 했다.

/

그동안 배추가 쉽게 죽지 않는데 왜 그랬을까?”

지인은 그랬다.

주인의 발소리를 듣지 못해서 죽은 것이다.”

심어만 놓으면 저절로 자라는 것이 아니다.”

아내의 말도 떠올랐다.

비닐을 덮고 모종을 심으며 배추가 비닐 열기 때문에 타 죽는다.”

사실, 9월의 날씨가 너무나 무더웠다.

원인을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자위했다.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이다.”

자책하지 않으리라 했다.”

//

몇 포기, 살아있는 배추에게 다시 눈길이 갔다.

그야말로 만신창이(滿身瘡痍)’가 되어 있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었다. 엉망이었다.

수류탄 파편을 맞은 듯했다.

전신에 화상을 입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곁에 앉았다.

아이구, 미안해요. 한 번도 오지 못했어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마음고생, 몸 고생이 얼마나 많았어요. 무슨 말이라도 좀 해 보세요.”

묵묵부답(黙黙不答)이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았다.

독한 고독과 지독한 괴로움 속에 있었을 것이다.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바로 약을 칠 겁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내 잘못도 있지만, 지구 온난화 때문인 것 같아요.”

 

▲     ©

 

★★★

GPT에게 물었다.

/

<질문>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빙산 위에 어미 곰과 새끼 곰 두 마리가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바다는 바람이 불고 파도가 거칠다. 빙산은 두 마리 곰이 옴짝달싹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모두 흰색이다. 어미 곰은 새끼 곰을 가슴에 안고 있다. 어미 곰은 절박해 보인다.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는 것 같다.

(1) 두 마리 곰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주시기 바랍니다.

/

네 장의 그림을 제시했다.

캡션까지 달았다.

대단하다.

 

//

제시문은 그대로 하고 질문을 바꿨다.

/

<질문>

<제시문 생략>

(1) 어미 곰과 새끼 곰이 극한 상황에 처한 현실을 지혜롭게 이겨나갈 수 있도록 도움말을 주고자 한다. 이것을 개조식으로 세 가지만 제시하시오.

/

세 가지를 제시했다.

/

<대답>

<전략>

침착함 유지: 어미 곰은 침착함을 유지하여 새끼 곰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침착한 태도는 새끼 곰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에너지 절약: 불필요한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에너지를 절약하여 구조될 때까지 체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에너지를 아껴야 긴 시간 동안 생존할 수 있습니다.

구조 신호 보내기: 가능한 방법으로 구조 신호를 보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빙산 위에서 눈에 띄는 행동을 하거나 소리를 내어 구조대의 주의를 끌 수 있습니다.

<후략>

//

답이 그럴 듯하다.

대단하다.

그러나 실천에 옮긴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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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병상련(同病相憐)이란 말이 있다.

/

만신창이가 된 배추,

바다 한가운데 빙산 위에서 떠돌고 있는 북극곰

이 둘이 그런 것 같다.

아닌가?

엉뚱한 생각이다.

/

가까이 와 있는 기후 온난화로 인한 비극이라고 말한다.

아니다.

이미 비극 속에 있다 할 것이다.

/

★★★

잠시 이런 생각도 했다.

묵묵부답을 할 수밖에 없는 질문은 가죽 채찍 같은 것이라고.

엉뚱한 생각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을 것 같다.

 

▲     ©

 

★★★

그제, 배추 모종을 파는 농약사에 갔다.

떨어진 지 오래되었다고 했다.

씨앗을 뿌리는 것은 어떤가를 물었다.

너무 늦었다고 했다.

올해는 배추 모종을 여러 번 심는 사람이 많다.”고도 했다.

지인을 통해 수소문하여 배추 모종 100개를 구입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아침이었다.

정성스럽게 심었다.

 

★★★

오늘, 아침에 배추의 모습,

모두가 두 손을 높이 쳐들고 만세를 부르는 듯했다.

함성이 들리는 듯했다.

이십일 후에 다시 갈 것이다.

지인에게 요청도 할 것이다.

가끔 살펴달라고,

 

★★★

조금 전에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와이프의 친구 집에 놀러 왔다고 했다.

해마다 이분으로부터 배추를 공급(?)받는다고 했다.

올해는 배추 모종을 다섯 번째 심었단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너무나 속 썩지 마시라고 했다.

 

★★★

지구 온난화 현상은 막지 못할 것이다.

배추 농사의 매뉴얼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매뉴얼

배추 모종이 잘 크기를 기원해 본다.

 

▲     ©K-시니어라이프

 <필자 프로필>

전 김포제일고, 함현중학교장 정년퇴임,

, K-시니어라이프 운영위원 및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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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dmin 2024/09/23 [09:01] 수정 | 삭제
  • 김장배추로 잘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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