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미안해요. 한 번도 오지 못했어요.” 글/박성규
★★★ 25일 전쯤, 시골집에서 머물렀었다, 입추가 지나고 처서 절기 끝 무렵이었다. 그때 배추 모종을 심었었다. 쪽파를 심고 무씨도 뿌렸었다. / 이번에는 9월 19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시골집에서 보냈다. 배추 모종이 제대로 컸을까? 도착하자마자 텃밭부터 살펴보았다. 배추 모종이 대부분이 죽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몇 개 살아 있는 것은 해충에게 거의 다 갉아 먹혔다. 허망했다. 답답했다. 아쉬웠다. 작년까지만 해도 잘 자랐었는데……. 뭐가 잘못된 것일까? 다행히도 무는 씩씩한 모습었다. 쪽파도 가냘픈 잎이 싱싱했다.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 미안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시골집, 배추 모종은 간난신고 끝에 하나둘 죽어갔을 것이다. 지인의 손길이 없지는 않았다. 며칠에 한 번씩 물을 주었다고 했다. 죽은 것을 뽑아내고 배추 모종을 새로 심기도 했다고 했다. / “그동안 배추가 쉽게 죽지 않는데 왜 그랬을까?” 지인은 그랬다. “주인의 발소리를 듣지 못해서 죽은 것이다.” “심어만 놓으면 저절로 자라는 것이 아니다.” 아내의 말도 떠올랐다. “비닐을 덮고 모종을 심으며 배추가 비닐 열기 때문에 타 죽는다.” 사실, 9월의 날씨가 너무나 무더웠다. 원인을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자위했다.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이다.” “자책하지 않으리라 했다.” // 몇 포기, 살아있는 배추에게 다시 눈길이 갔다. 그야말로 ‘만신창이(滿身瘡痍)’가 되어 있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었다. 엉망이었다. 수류탄 파편을 맞은 듯했다. 전신에 화상을 입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곁에 앉았다. “아이구, 미안해요. 한 번도 오지 못했어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마음고생, 몸 고생이 얼마나 많았어요. 무슨 말이라도 좀 해 보세요.” 묵묵부답(黙黙不答)이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았다. 독한 고독과 지독한 괴로움 속에 있었을 것이다.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바로 약을 칠 겁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내 잘못도 있지만, 지구 온난화 때문인 것 같아요.”
★★★ 챗 GPT에게 물었다. / <질문>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빙산 위에 어미 곰과 새끼 곰 두 마리가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바다는 바람이 불고 파도가 거칠다. 빙산은 두 마리 곰이 옴짝달싹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모두 흰색이다. 어미 곰은 새끼 곰을 가슴에 안고 있다. 어미 곰은 절박해 보인다.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는 것 같다. (1) 두 마리 곰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주시기 바랍니다. / 네 장의 그림을 제시했다. 캡션까지 달았다. 대단하다.
// 제시문은 그대로 하고 질문을 바꿨다. / <질문> <제시문 생략> (1) 어미 곰과 새끼 곰이 극한 상황에 처한 현실을 지혜롭게 이겨나갈 수 있도록 도움말을 주고자 한다. 이것을 개조식으로 세 가지만 제시하시오. / 세 가지를 제시했다. / <대답> <전략> 침착함 유지: 어미 곰은 침착함을 유지하여 새끼 곰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침착한 태도는 새끼 곰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에너지 절약: 불필요한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에너지를 절약하여 구조될 때까지 체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에너지를 아껴야 긴 시간 동안 생존할 수 있습니다. 구조 신호 보내기: 가능한 방법으로 구조 신호를 보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빙산 위에서 눈에 띄는 행동을 하거나 소리를 내어 구조대의 주의를 끌 수 있습니다. <후략> // 답이 그럴 듯하다. 대단하다. 그러나 실천에 옮긴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
★★★ 동병상련(同病相憐)이란 말이 있다. / 만신창이가 된 배추, 바다 한가운데 빙산 위에서 떠돌고 있는 북극곰 이 둘이 그런 것 같다. 아닌가? 엉뚱한 생각이다. / 가까이 와 있는 기후 온난화로 인한 비극이라고 말한다. 아니다. 이미 비극 속에 있다 할 것이다. / ★★★ 잠시 이런 생각도 했다. 묵묵부답을 할 수밖에 없는 질문은 가죽 채찍 같은 것이라고. 엉뚱한 생각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을 것 같다.
★★★ 그제, 배추 모종을 파는 농약사에 갔다. 떨어진 지 오래되었다고 했다. 씨앗을 뿌리는 것은 어떤가를 물었다. 너무 늦었다고 했다. “올해는 배추 모종을 여러 번 심는 사람이 많다.”고도 했다. 지인을 통해 수소문하여 배추 모종 100개를 구입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아침이었다. 정성스럽게 심었다.
★★★ 오늘, 아침에 배추의 모습, 모두가 두 손을 높이 쳐들고 만세를 부르는 듯했다. 함성이 들리는 듯했다. 이십일 후에 다시 갈 것이다. 지인에게 요청도 할 것이다. 가끔 살펴달라고,
★★★ 조금 전에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와이프의 친구 집에 놀러 왔다고 했다. 해마다 이분으로부터 배추를 공급(?)받는다고 했다. 올해는 배추 모종을 다섯 번째 심었단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너무나 속 썩지 마시라고 했다.
★★★ 지구 온난화 현상은 막지 못할 것이다. 배추 농사의 매뉴얼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매뉴얼 배추 모종이 잘 크기를 기원해 본다.
<필자 프로필> 전 김포제일고, 함현중학교장 정년퇴임, 현, K-시니어라이프 운영위원 및 편집장 <저작권자 ⓒ K-시니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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