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 엄마 검푸른 성게의 삶이 드리운 어촌으로 시집온 엄마는 어부인 아버지를 따라 새벽별 그물을 건져 올리다 성난 파도에 산산이 부서진 배와 함께 아버지를 떠나 보내고 오른손을 잃어야만 했습니다 밤마다 달을 안고 울어야 하는 절망의 끝에서 그 삶을 포기할 수 없었던 단 하나의 이유는 마지막 희망인 딸이 있었기에 아픔을 잊어버리든지 이겨내든지 그건 자신의 선택이었기에 비록 한 손이지만 아빠의 몫까지 오롯이 담아 핏덩이인 딸을 삼태기에 눕혀놓고 할 수 있는 거라곤 바다 밑바닥 헤매다니며 물 밖으로 나와 날숨 쉬는 해녀의 삶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답니다 험한 물속 일로 뼈마디 쑤셔오는 통증에 새우처럼 잠든 엄마의 모습이 일찍 철들게 했지만 그런. 엄마에게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위로는 마주칠 때마다 그저 웃는 것뿐이었던 것 같다고 딸은 말합니다 "우리 딸 학교갔다 언제왔노? 엄마 깨우지. 배고프제 퍼떡 밥차려 주꾸마" "아이다 더 자라 내가 차려무우께" 못난 엄마 때문에 자신의 꿈을 하나둘씩 포기하는 법을 먼자 배워가는 딸에게 엄마도 딸 앞에서 만큼은 시름이 추억으로 익어가는듯 웃고만 있습니다 있어줘야 할 때 있어 준 것 말고는 한 게 없다고 말하는 엄마에게 딸은 가족이란 이름으로 함께 살아왔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큰 소리로 말하며 아침 햇살 밟으며 달려가는 뒷모습에 어제보다 오늘이 더 행복할 거라는 미소를 보이며 함께한 시간이 흘러서 인지 서울서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 내려 온 딸이 갯바람 묻을까 고이 툇마루에 앉혀놓고는 엄마는 바다에서의 억척스러움을 집에서도 하고 있는 모습에 "엄마. 그만해라 힘들다 담주에 내가 와서 할테이니까네" "우리 딸 서울서 일하는 것도 힘든데 오매가 물질해온 거까지 시켜가 되것나" 금이야 옥이야 키운 딸에게 물 한 방울 튈까 근처도 못 오게 하는 엄마가 미워 "그라면 내 서울에서 안 내려 올끼다" "알다 알다 우리 딸 못 보면 내는 그날로 죽는기다.." 물질해온 미역과 해산물을 햇살이 데워놓은 담벼락에 너는 건 소일하는 거라며 괜찮다고 하지만 딸의 눈엔 열일 하는 것 같아 속이 상한가봅니다 엄마는 그런 딸의 시선에 흐뭇해 하며 저녁상에 걸친 막걸리 한잔에 "이 세상에 누가 제일 힘이 센 줄 아나?" "강호동 아저씨 아니가?" "살아 보일까네 세월만큼 안 지치고 힘이 센 놈은 없더라" 엄마앞에서 인생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세월에 물들어가는 거라는 위로 같지 않은 위로를 건네고 서울로 올라 와 버린 딸에게 헤어지기가 무섭게 보고 싶단 소릴 할려는 엄마에게서 온 전화기에 대고 "엄마 그 단새 딸 목소리 듣고 싶어 전화했나?" "여보세요 영숙이가?" "진수 어머이가 왜 울 엄마 전화기로???" 새벽 기차 타고 내려간 병원에서 좋다는 표현을 눈물로밖에 할 줄 모르는 엄마가 울고 있습니다 "그 낡아뻐진 삼태기가 뭐시라꼬 바람에 날려가면 내버려 두지" "야가 지금 무신 소리하노... 그 삼태기는 물질하는 엄마 대신 우리 딸을 키워준 보물 같은 기다" 기억이 존재하던 때부터 곁을 내어준 그 삼태기를 신줏단지 모시듯 하는 엄마의 얼굴에 조각난 아픔이 되어 매달려 있는 눈물을 지워주면서 딸은 생각해봅니다 한 손뿐인 엄마가 하나뿐인 딸을 위해 당부를 잊지 않았던 그 말 "내 딸.. 엄마처럼 살지 말고 서울 가서 폼나게 살거래이 " 달라고 하지 않아도 내어주는 엄마가 있었기에 나도 누군가의 사랑이었다는걸 알게 되었다며 일상으로 돌아온 딸은 가을을 얻으려 저렇게 날갯짓을 하는 고추잠자리를 보며 청춘보다 아름다운 엄마의 늙음이 주는 수고가 보람으로 돌아오는 그날까지 자식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효도가 뭔지 생각에 잠겨봅니다 30년 만에 내는 이 용기가 너무 늦지 않기를 기도하다 자식은 신이 준 선물이라는 엄마가 있는 그곳으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엄마의 오른손이 되어 드리기 위해..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저작권자 ⓒ K-시니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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