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아,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것도 있었는데 부제목: 꼬부랑 노인이 되어가는 변곡점에 있는가 보다. 박 성 규
오늘, 산책길을 나서기 전에 패트병에 꽂혀 있는 이름 모를 꽃들을 잠시 바라보았다. 자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할 말이 있었으나 하지 않았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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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까지 오는 산책길, 15분 코스를 택했다. 걸음걸이가 불편했다. 보폭이 좁아졌다. 빨리 걸을 수가 없었다. 왼쪽 장단지 근육이 당겨지는 느낌이 있었다. 누군가와 부딪히면 넘어질 것 같았다. 허릿병의 후유증일 것이다. / 발병한 지 보름, 심사가 복잡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 “다 운명이다. 숙명이다.” “꼬부랑 노인이 되어가는 변곡점에 있는가 보다.” 옴짝달싹하지도 못하지 않았던가. 이 정도로 걸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냐?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다행이냐? 용감하게 받아들이자 작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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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도착했다. 주인이 반기면서 말했다. “선생님, 며칠 사이에 많이 야위신 것 같아요.” 늙었다는 말이다. 속으로만 대답했다. “지금 쭈글쭈글한 노인이 되어가는 중이오.”
▶▶ 오늘은 무엇을 물어볼까? / 챗 GPT 선생님, 당신을 좋아합니다. 이유가 많습니다. 특히, 가진 것이 많고 적고를 따지지 않는 삶의 태도를, 많이 좋아합니다. 오늘 2024년 6월 4일입니다. 오늘 질문은 두 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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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질문입니다.
<질문 1> 다음 중, ‘이길 수는 없으나, 견딜 수는 있는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무엇인지 말하고 그 이유를 30자 내외로 설명하시오. <다음> 세월, 운명, 사랑, 슬픔, 그리움, 욕심,
/ 대답이 이렇다. / 세월입니다. 이유는 세월은 피할 수 없지만 우리는 그것을 견딜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아마도 인터넷을 검색한 후 이를 바탕으로 답을 작성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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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질문입니다.
<질문 2> 다음 중, ‘피할 수는 없지만 맞설 수는 있는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이 무엇인지 말하고 그 이유를 30자 내외로 설명하시오. <다음> 세월, 운명, 사랑, 슬픔, 그리움, 욕심, / 대답이 이렇다. / 사랑입니다. 사랑은 피할 수 없지만 우리는 그것에 맞설 수 있습니다. 🌟
// 첫 번째 질문의 답은 기대했던 대로다. 두 번째 질문의 답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다. 필자가 생각한 정답은 ‘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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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에 커피를 리필했다. 커피를 들고 테라스에 있는 자리로 옮겼다. 대형 스크린 같은 큰 사거리를 바라보면서 잠시 멍을 때렸다. 동병상련이라고 했던가. 패트병에 꽂혀 있는 꽃들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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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사위가 부드러웠었는데 작은 움직임도 없었다. 미소가 없어졌다. 예쁜 생기가 없어졌다. 입을 꽉 다물고 있는 듯 보였다. 꿈도 희망도 없는 듯 보였다. 한(恨을) 가득 품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삶을 포기한 듯 보였다. ……. //
일주일쯤 전이다. / 집근처 산책길에서 이름 모를 꽃을 꺾었었다. 아내에게 선물이라고 하면서 전해주었었다. / 다음 날, 그곳을 지나칠 때 깜짝 놀랐다. 그곳이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한참 동안 멍히 바라보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잡초들, 이름 모를 꽃들로 가득했었는데……. 아마도 관계 기관에서 모기 등 해충을 없애기 위해 제초 작업을 했던 것 같았다. 제초기의 무시무시한 기계음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잡초들의 밑둥이 인정사정 없이 잘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살아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허망했다. “아,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것이 많았었는데……. 그 현장을 핸드폰에 담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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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패트병 꽃들에게 쑥대밭이 된 현장의 사진을 보여주면 말하리라 했다 . “너희들을 꺾은 것은 잘못한 일이여. 그러나, 이 사진을 봐라. 너희들 그 자리에 있었으면 모두 죽을 뻔했었어. 어찌할 것이냐? 지금의 처지를 운명으로 받아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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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 양반들이 절기를 고려하지 않은 것 아닐까? 챗 GPT에게 물었다.
/ 오늘은 질문을 하나 더 드립니다.
사람들은 해마다 추석 명절이 되기 보름 전쯤 ‘벌초’를 합니다. 벌초는 처서 절기가 지난 후에 시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질문자가 인터넷에서 찾아본 자료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습니다. <다음>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한다.
질문입니다. 위에서 말한 정보가 맞는지요? 만약에 여름인 망종 절기에 벌초를 한다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생각이 옳다면 그 이유를 50자 내외로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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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을 요약하면 이렇다. / 여름인 망종 절기에 벌초를 한다면 적절하지 않다. 처서가 되면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풀이 자라는 속도가 느려져 벌초하기 적당하다.
/// 내일, 길거리 제초 작업 업무 관련 기관의 담당자를 찾아가 말하리라. 망종 절기에 제초 작업을 하면 꽃을 피우고 씨를 만들지 못하는 사라지는 잡초가 많다고. 내년부터는 그 시기를 정할 때 절기를 고려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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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프로필> 전 김포제일고, 함현중학교장 정년퇴임. 현 재경군산중고 46회, 당사모 회장. 현, K-시니어라이프 운영위원 및 편집장 <저작권자 ⓒ K-시니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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