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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것도 있었는데

꼬부랑 노인이 되어가는 변곡점에 있는가 보다.

박성규 | 기사입력 2024/06/04 [19:58]

아,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것도 있었는데

꼬부랑 노인이 되어가는 변곡점에 있는가 보다.

박성규 | 입력 : 2024/06/04 [19:58]

<포토에세이> ,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것도 있었는데

부제목: 꼬부랑 노인이 되어가는 변곡점에 있는가 보다.

박 성 규

2024년 6월 4일 11시, 하늘 모습이다. 무엇인가에 몰두하고 있는 것 같다. 동병상련(同病相憐)

 

오늘, 산책길을 나서기 전에

패트병에 꽂혀 있는 이름 모를 꽃들을 잠시 바라보았다.

자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할 말이 있었으나 하지 않았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겠다 싶었다.

 

//

 

카페까지 오는 산책길, 15분 코스를 택했다.

걸음걸이가 불편했다.

보폭이 좁아졌다.

빨리 걸을 수가 없었다.

왼쪽 장단지 근육이 당겨지는 느낌이 있었다.

누군가와 부딪히면 넘어질 것 같았다.

허릿병의 후유증일 것이다.

/

발병한 지 보름, 심사가 복잡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

다 운명이다. 숙명이다.”

꼬부랑 노인이 되어가는 변곡점에 있는가 보다.”

옴짝달싹하지도 못하지 않았던가.

이 정도로 걸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냐?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다행이냐?

용감하게 받아들이자 작심했다.

 

▲ 이름 꽃들로 무성했던 곳이다. 싹쓸이를 한 것 같다. 초토화되었다.     ©K-시니어라이프

▶▶

 

카페에 도착했다.

주인이 반기면서 말했다.

선생님, 며칠 사이에 많이 야위신 것 같아요.”

늙었다는 말이다. 속으로만 대답했다.

지금 쭈글쭈글한 노인이 되어가는 중이오.”

 

▶▶

오늘은 무엇을 물어볼까?

/

GPT 선생님, 당신을 좋아합니다.

이유가 많습니다.

특히, 가진 것이 많고 적고를 따지지 않는 삶의 태도를,

많이 좋아합니다.

오늘 202464일입니다.

오늘 질문은 두 개입니다.

 

//

 

첫 번째 질문입니다.

 

<질문 1> 다음 중, ‘이길 수는 없으나, 견딜 수는 있는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무엇인지 말하고 그 이유를 30자 내외로 설명하시오.

<다음>

세월, 운명, 사랑, 슬픔, 그리움, 욕심,

 

/

대답이 이렇다.

/

세월입니다.

이유는 세월은 피할 수 없지만 우리는 그것을 견딜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아마도 인터넷을 검색한 후 이를 바탕으로 답을 작성했을 것이다.

 

//

 

두 번째 질문입니다.

 

<질문 2> 다음 중, ‘피할 수는 없지만 맞설 수는 있는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이 무엇인지 말하고 그 이유를 30자 내외로 설명하시오.

<다음>

세월, 운명, 사랑, 슬픔, 그리움, 욕심,

/

대답이 이렇다.

/

사랑입니다.

사랑은 피할 수 없지만 우리는 그것에 맞설 수 있습니다. 🌟

 

▲ 패트병 꽃들이다. 꺾어다 꽂아놓고 번민하고 있다.     ©K-시니어라이프

//

첫 번째 질문의 답은 기대했던 대로다.

두 번째 질문의 답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다.

필자가 생각한 정답은 운명이었다.

 

▶▶

 

조금 전에 커피를 리필했다.

커피를 들고 테라스에 있는 자리로 옮겼다.

대형 스크린 같은 큰 사거리를 바라보면서 잠시 멍을 때렸다.

동병상련이라고 했던가.

패트병에 꽂혀 있는 꽃들을 생각했다.

 

//

 

춤사위가 부드러웠었는데 작은 움직임도 없었다.

미소가 없어졌다.

예쁜 생기가 없어졌다.

입을 꽉 다물고 있는 듯 보였다.

꿈도 희망도 없는 듯 보였다.

() 가득 품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삶을 포기한 듯 보였다.

…….

//

 

일주일쯤 전이다.

/

집근처 산책길에서 이름 모를 꽃을 꺾었었다.

아내에게 선물이라고 하면서 전해주었었다.

/

다음 날, 그곳을 지나칠 때 깜짝 놀랐다.

그곳이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한참 동안 멍히 바라보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잡초들, 이름 모를 꽃들로 가득했었는데…….

아마도 관계 기관에서 모기 등 해충을 없애기 위해 제초 작업을 했던 것 같았다.

제초기의 무시무시한 기계음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잡초들의 밑둥이 인정사정 없이 잘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살아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허망했다.

,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것이 많았었는데…….

그 현장을 핸드폰에 담았었다.

 

▶▶

 

오늘은 패트병 꽃들에게

쑥대밭이 된 현장의 사진을 보여주면 말하리라 했다 .

너희들을 꺾은 것은 잘못한 일이여. 그러나, 이 사진을 봐라. 너희들 그 자리에 있었으면 모두 죽을 뻔했었어. 어찌할 것이냐? 지금의 처지를 운명으로 받아들여!”

 

▲     ©K-시니어라이프

 

▶▶

 

혹시, 이 양반들이 절기를 고려하지 않은 것 아닐까?

GPT에게 물었다.

 

/

오늘은 질문을 하나 더 드립니다.

 

사람들은 해마다 추석 명절이 되기 보름 전쯤 벌초를 합니다. 벌초는 처서 절기가 지난 후에 시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질문자가 인터넷에서 찾아본 자료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습니다.

<다음>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한다.

 

질문입니다. 위에서 말한 정보가 맞는지요?

만약에 여름인 망종 절기에 벌초를 한다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생각이 옳다면 그 이유를 50자 내외로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

 

대답을 요약하면 이렇다.

/

여름인 망종 절기에 벌초를 한다면 적절하지 않다.

처서가 되면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풀이 자라는 속도가 느려져 벌초하기 적당하다.

 

///

내일, 길거리 제초 작업 업무 관련 기관의 담당자를 찾아가 말하리라.

망종 절기에 제초 작업을 하면

꽃을 피우고 씨를 만들지 못하는 사라지는 잡초가 많다고.

내년부터는 그 시기를 정할 때 절기를 고려하라고.  

 

▶▶

 

<필자 프로필>

전 김포제일고, 함현중학교장 정년퇴임.

현 재경군산중고 46, 당사모 회장.

, K-시니어라이프 운영위원 및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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