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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추 꽃 사랑/ 글 노자규 작가

"비비추 꽃말/ 하늘이 내린 인연"

박영규 | 기사입력 2024/03/23 [22:24]

비비추 꽃 사랑/ 글 노자규 작가

"비비추 꽃말/ 하늘이 내린 인연"

박영규 | 입력 : 2024/03/23 [22:24]

비비추 꽃 사랑

노자규 작가

 

 

 

자식위해 남편위해 하루를 쪼개가며 살아내 온 아내의 등을 두드리면서 수고했다며..

이젠 쉬어도 된다며...

지나온 시간들이 아쉽고 허탈할 때도 있었지만 보람 있지 않았냐며..

애써 위로를 건네고 있는 할아버지는

 

당신 좋아하는 비비추 꽃이야 받아”.

건네준 비비추 꽃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아내를 내려다 보고 있는 남편은 생각에 잠겨봅니다

 

태어나 꽃을 피우던 화려한 시절은 가고

까맣게 타버린 숯덩이가 된 아내와 자신을,,,,

 

▲     ©K-시니어라이프

 

당신.. 소원이 뭐야?“ 

"다 늙어 소원은 무슨...

행여나 몸이 말을 안 들어 영감 두고 나 혼자 요양병원 들어가지 않게 해달라는 소원 밖 엔...“

 

걱정하지 마.. 임자 혼잔 절대 안 보낼 테니까

 

지친 발걸음을 일으켜 세워주는 남편이 있었기에 오늘도 함께 풍경 좋은 산을 등지고

집으로 오고 있는 노부부의 얼굴엔 해님을 닮은 미소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고달픈 두 다리로 온 동네를 쓸어 다니며 자식 키우랴..

남편 뒷 바라지 하랴..

 

성한 곳 하나 없는 몸이 돼버린 아내에게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 할아버지는 아침부터 해님을 등에 지고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는데요

 

평생 과일을 싣고 이 동네 저 동네 헤매다녔던 고물 트럭에 얼기설기 집을 지어 보이더니

 

임자. 어때?

나랑 드라이버 한번 가 보자구

당신 옛날 생각만 하지 말고 이제 나이도 생각하세요

 

건강은 아내를 위해서 사용하라고 있는 거라는 듯 트럭에 몸을 싣는 할아버지는

해가 떠오르면 달리고

해가 지면 그곳에 몸을 맡기는 집시 부부가 되어 발길 닿는 곳..

마음 닿는 곳이...

집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남겨진 인생에 둘만의 시간들로 하루 또 하루를 보태어 가던 노부부에겐

이만큼 달달 하고 행복한 날들은 다시 없을 것 같다며 떨어지는 행복들을 줍기에 바빴는데요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물결이 치면 치는 대로....

 

가을날 바람 냄새나는 거리를 달려가던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 행복도 그리 오래지 않아 덜컥 병원에 입원하고 만 할머니가 잔뜩 겁이 들어 하는 모습에

 

할아버지!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세요?“

자식은 아들딸 둘인데 마누라는 하나야..“

위로라는 척 싱거운 농담을 간호사에게 건네고 있습니다

 

얼마 후 자식 놓고 꿈과 행복을 함께 키우던

집도...

못다 이룬 행복을 찾아 함께 타고 다니던

차도...

정리를 한 할아버지는 남은 생에 마지막 보금자리라며 입원한 할머니의 곁으로 들어오고 말았습니다.

 

여기를 빨리 나가야 할 텐데...“

난 좋기만 하구먼...

당신 내 밥 차린다고 고생하는 것 안 보고 말이야

병원이 뭐가 좋슈...

우리 두 사람 건강이 더 나빠지질 않았으면 좋으련만

 

내가 임자보다 하루만 더 살 거야

나보다 하루 더 살아 뭣하게요?”

 

임자 떠나는 거 보고 내가 따라갈 거니까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 가져다준 병든 몸을 바라보다

지친 눈물 한 가닥을 지는 노을 끝자락에 실어 보내며 간절히 바래봅니다

더 이상 나빠지지 않기를....

남편의 건강은 아내를 위해 사용하라고 있는 거라고 말하던 할아버지가 누워만 있는 할머니의 손발이 되어 주다 그만 지병으로 먼저 앓아눕고 말았고

허락 없이 오고 가는 낮과 밤이 또 다른 계절을 데리고 오던 날

할아버지는 산소마스크에 의지한 채 하루 또 하루를 버티며 간호사를 통해 할머니의 안부를 물으며 힘을 내어보고 있었습니다

 

 

할머니께서 오늘 아침도 다 드셨어요

간호사의 말에 고맙다는 듯 희미한 두 눈을 깜박거리며 아내가 잘 있다는 소리에 텨갈 수 있는 희망을 얻었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띄우던 다음날

허기진 대지를 적시고 있는 봄비에 취한 듯 단잠을 주무시고 있는 할아버지의 귓가에 링거줄을 교체하는 간호사들의 이야기가 들여오고 있었는데요

 

“308호 할머니 오늘 새벽에 돌아가셨대

... 할아버지 깨실라

두 간호사가 걸어 나간 발길이 병동에서 멀어질 즈음

이 세상은 바람 같아서 기억나는 건 사랑했던 그 기억 하나뿐이라며 할아버지도 세상을 떠나가고 있었습니다

산소마스크는 벗겨진 채.....

한 해가 지나 햇살 드리운 어느 봄날

같은 날 함께 세상을 떠난 노부부의 무덤가에는 그리움이 화석처럼 피어난 비비추 꽃 한 송이가 피어있었습니다

"비비추 꽃말/ 하늘이 내린 인연"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이 글은 부산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작가 활동을 펼치고 있는 노자규 작가가 현재 시니어 세대와 청년세대의 갈등으로 비화 되는 사회문제를 줄이고 시니어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K-시니어라이프의 발행 목적을 이해하며 마음을 함께하기로 하고 작가의 글을 보내오셨습니다. 이글을 통해 사회에 선한 감동이 퍼지길 바라며 글을 보내주신 노자규 작가에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K-시니어라이프 발행인 박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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