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쫄깃한 도토리묵이 되려면…….
캐나다. 김현준
오늘 드디어 도토리묵을 만드는 과정중 가장 어려운 분쇄(grinding) 작업을 성공했다. 도토리를 주어모으고 건조시키고 하나하나 껍질을 까면서 이걸 다 어떻게 가루로 만들어 묵을 만드나 걱정이 쌓였었다.
집에 있는 믹서기로는 1키로 갈려면 하루전에 물에 담가 불려야 하고 한두 시간은 걸리는데 그나마 곱게 갈아지지 않아 녹말 앙금이 잘 가라앉지 않고 유실이 많다. 기다림에 지쳐서 빨리 하려다 믹서기 모터를 태워먹는 분들 경험담도 많고.
한국에서는 주어다 껍질도 안 벗기고 그대로 방앗간(제분소)에 맡기면 도토리 가루로 잘 만들어 준다는데 여기에선 방앗간을 어렵게 찾아서 가져갔지만 도토리도 아몬드나 땅콩 처럼 기름기가 있어 기계 구동 부분에 들러붙기 때문에 안 된다고. 이틀 전에 방앗간 두 군데 갔는데 한 곳은 도토리 만져보고 씹어보더니 안된다 해서 나왔고 또 한 곳에서는 한 바가지 정도 갈다가 안되겠다며 기계 속에 잔뜩 끼인 것을 보여주었다. 여기서 4년 전에는 50파운드를 갈아줬었는데 그 때는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방앗간을 포기하고 어제 종일 아마존에서 곡물분쇄기를 찾아 모델별로 성능과 가격을 비교해서 주문할 기계를 정했다가 오늘 아침에 다른 방앗간에 한 번 더 Try 해보자 마음을 바꾸고 우리 보다 곡물 가루를 많이 먹는 인도사람들과 중국인들이 많이 사는 브램톤과 스카보르의 방앗간 정보를 찾아서 문의했다. 역시 기름 성분을 문제 삼았지만 그래도 가져갈테니 해보자고 사정했다.
한 곳은 갈게 되면 파운드당 2불이라고 생각 보다 비쌌지만 가격이 문제가 아니었다 500불 정도를 주고 기계를 사야 할 형편이었다. 첫 번째로 간 방앗간의 인도 사람은 의외로 친절했다. 어렵겠지만 한 바가지만 해보자는 요청을 들어줬고 염려와는 달리 제대로 갈아졌다. 갈고 또 갈고 입자가 작을수록 전분을 많이 얻을 수 있기에 방앗간 먼지와 독한 카레 냄새도 아랑곳 하지않고 지켜서서 봤다. 너무 큰 성취감에 엄청 감사하며... 그렇게 한 시간이 좀 지나서 대업을 성공리에 마쳤고 약속한 금액에 팁까지 얹혀서 지불했다.
그리고 같은 걱정에 쌓인 지인에게 소개해주겠다고 약속도 했다. 도토리 가루, 어쩌면 도토리묵에 별 관심이 없는 분들에게는 별 것도 아닐 수 있지만 우리 부부는 오늘 이 성취감에 대한 감사와 행복한 마음이 오래오래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내 편 되어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쫄깃쫄깃한 캐나다 도토리묵이 되려면 가루를 물에 담가 떫은 물을 빼내고 녹말전분을 가라앉히는 일이 남았지만 정성껏 잘 만들어 우리만 먹지 않고 지인들과 나눔 하겠습니다.
<필자 소개> 1954년 전북 군산 출생 98 캐나다 토론토 이민 현 Pro Business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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