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썼습니다. 신변잡기적인 글입니다. 시간이 없으신 분은 통과하시기 바랍니다.
// 지금, 카페다. 오기 전에 20분 정도 걸었다. 무척, 추웠다. 12월 첫날 겨울이 자화자찬하는 것 같아 귀엽기도 하고 안쓰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 여동생이 운영하는 치킨집, 치킨 후라이! 상당히 고된 일이었다. 잠시만 도와준다고 한 것이 한 달이 훌쩍 넘었다. 세월이 빠르다고는 하지만, 그야말로 쏜살같이 지나간 것 같다. 편한 시간 보다 고된 시간이 더 빠르게 느껴진다. 나만 그런가? // 닭을 튀기는 일, 상당히 힘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몸에 밴 듯하다. 견뎌낼 만합니다. 그러나 주문이 폭주하는 특정 시간에는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 보름쯤 되었을 때,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다. 이왕에 하는 것 닭을 맛있게 튀겨서 손님들에게 제공하자.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 제공하는 일, 이거 공덕을 쌓는 일이리라.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기가 막힌 말이다. 고단함과 즐거움 모두가 마음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겠는가? //
어제, 여동생으로부터 월급봉투를 받았다. 덧붙이는 말 있었다. “오빠, 조금만 더 도와주세요.” 돈을 확인해 보니, 그동안 힘들었던 것, 몸이 묶여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명분과 여동생의 어려운 처지를 생각하니 섭섭함이 사라졌다. // 동생은 내색은 하지 않지만,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것 같다. 매매나 임대가 쉽게 될 줄 알고 예쁜 건물을 지어놓았으나, 계획대로 되지 않고 은행 이자가 오르는 등의 이유로 그런 거 같다. 전반적으로 경제가 어려워진 것 같다고도 말했다. //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고 워낙 수완이 좋기 때문에 잘 풀어나갈 것이다. // 동생이 처음에 도움을 요청할 때 이렇게 생각했다. 어려움에 처해 있는 형제도 돕고 돈도 생기고 소일거리가 생기고 새로운 체험활동이 주는 행복감도 느낄 수 있고 노작 활동이 건강에도 좋을 것이다. ‘일석사오조(一石四五鳥조)’는 될 것이라 생각했었다. // 소일거리와 일 사이에 대해 잠시 생각해 봤다. 소일거리는 그 힘듦의 정도가 어디까지일까? 칠십 나이에 어딜 마음대로 다녀올 수도 없고, 아플 수도 없고, 누구를 아무 때나 만날 수도 없었다. 그야말로 옴짝달싹도 할 수 없이 몸이 묶이는 상황이 되고 보니 치킨집 점장 일은 소일거리가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 월급봉투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한참 바라봤다. 참, 오랜만이다. 주경야독 하던 고등학교 시절, 처음 받았던 월급봉투가 떠올랐다. 한동안 보물처럼 보관하다가 어느 날 사라졌었는데……. //
잠시 카페 창밖을 바라본다. 하늘이 맑고 깨끗하다. 밖으로 나가 핸드폰에 담았습니다. 다른 날보다 그 아름다움이 진하다. 힘듦 뒤에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행복감, 이거 나만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 월급 봉투를 통째로 아내에게 주기로 했다. 2주 전쯤, 친구들에게 월급을 받으면 막걸리를 사겠다고 약속한 말이 떠올랐다. 그 친구들은 친킨집에서 고생하는 처지를 걱정해 주었었다. 봉투에서 일부를 빼냈다. //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다. 책상 위에, 월급 봉투 있습니다. 선물로 드립니다. 어디에 쓰실지 궁금합니다. 미루어오던 이 치료에 쓰시기 바랍니다. 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 지금, 무척 행복하고 통쾌하다. ‘一石四五鳥’를 한 것 같다. 자부심이 가득하다. 힘든 일을 잘 이겨냈기 때문이다. 자화자찬, 자아도취, 이거 정신 건강에 좋은 것인가? 칭찬해 주는 이가 없어서 아쉽다. 그러나 하늘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 오늘 맑은 하늘, 묵언의 칭찬을 해 주는 듯하다. // 허름한 글 읽어주신 거, 고맙습니다. <저작권자 ⓒ K-시니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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